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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뉴스 교육1번지 대치동에 원주민족.연어족.대전족이 모여 사는데
2013-02-20 08:58:18
funnyedu 조회수 7086

대치동 사람들, 그들은 누구

대치동은 그냥 행정구역상의 한 동(洞) 이름이 아니다. ‘사교육 공화국’ ‘학벌 사회’로 일컬어지는 현재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 대치동이란 단어에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대치동이 특별한 만큼 대치동 사람들도 특별할까. 한 가지 확실한 건 경제력에 관한 한 많은 오해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메트로G팀=안혜리·이원진·김소엽·박형수·전민희·강나현 기자 , 사진=박종근 기자

학원이 밀집한 대치동 은마사거리의 밤 10시 풍경. 매일 이맘때면 학원을 마친 아이를 기다리는 차량들로 혼잡하다.

강남을 벗어난 다른 지역 사람은 대치동을 강남의 대표적 부촌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평균적인 대치동 주민 중엔 부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강남구가 2011년 동별 소득을 조사했더니 대치동에서 월 1000만원 이상 고소득 가구 비율은 23.3%였다. 압구정동은 이보다 훨씬 높은 34.9%였다. 수치만 봐도 대치동이 강남 내에선 부촌이라기보다 중산층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교육비에 쏟는 돈은 그 어느 지역 못지않게 많다. 대치1~2동 주민은 소득 절반(45.8%)을 자녀 교육에 쏟아붓는다.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의 교육열도 만만치 않게 높지만 교육비 비중은 30%대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대치동 사람들이 경제적 여유가 있어 그중 일부를 교육비로 쓴다기보다 교육을 위해 모든 걸 걸었다는 걸 보여준다.

대치동에만 입성하면 갑자기 교육에 ‘올인’하게 되는 걸까, 아니면 교육에 올인하겠다는 사람들이 대치동에 몰려드는 걸까. 대치동 사람이 누구인지 주민 30여 명을 만나 직접 알아봤다.

 대치동 주민은 크게 세 부류다. 우선 1970년대 말과 80년대 초 이곳에 아파트가 대거 들어설 때 분양받아 입주한 사람들, 일명 원주민족(族)이다. 대부분 60~70대 고령층으로, 대치 1~2동 주민 중 16.2%(25년 이상 거주자)를 차지한다. 79년 분양한 은마아파트 입주자가 터줏대감 격이다. 한보건설 정태수 회장이 28개 동 총 4424가구를 두 차례에 나눠 분양했다. 삼성동 봉은사가 보일 정도로 논밭뿐인 허허벌판에 처음으로 2만 명 가까운 사람이 한 곳에 모여 살기 시작했다. 은마상가에는 점포 538개가 들어왔다. 은마상가에서 34년째 낙원떡집을 운영하는 김애한(64) 사장은 “비싸도 괜찮으니 맛있는 떡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에 우리 가게 떡 수준도 덩달아 올랐다”며 “당시 우리 가게에 오던 손님들은 생활 수준 높은 강남 사모님 느낌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치동 주민은 경제력보다는 학력이 높은 편이다. 이미애 샤론코칭&컨설팅 대표는 “대치동엔 법조인이나 교수 등 학벌 혜택을 본 전문직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예전부터 “선경아파트에서 관직 높은 거 자랑 말고 우성아파트에서 학벌 자랑 말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대치동 아빠뿐 아니라 엄마들 학벌도 좋다. 머리 좋은 엄마들이 자녀 교육에 온 힘을 쏟으면서 아이 매니저 역할을 자처해 오고 있다. 이들이 ‘돼지엄마’의 원조다. 돼지엄마란 사교육 힘으로 자녀를 명문대에 보낸 엄마들로, 다른 엄마들이 이들의 정보력을 얻기 위해 새끼 돼지들처럼 따라다닌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원조’ 돼지 엄마들은 특목고라는 교육 우량주를 일찌감치 알아봤다. 86년에는 과학고가, 92년 엔 대원외고 등 외고가 특목고로 지정되면서 각종 혜택을 받자 발 빠르게 자녀를 특목고에 진학시켰다. 교육에 관한 한 그 어떤 교육 전문가보다도 눈이 밝았던 셈이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엄마가 아이들 진도에 맞춰 아이와 같이 공부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대치동 엄마는 “같이 풀어보자”고 하고, 압구정동 엄마는 “과외 선생님 붙여줄게”, 서초동 엄마는 “아빠 오시면 물어보자”고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대치동 엄마들은 학업 내용은 물론 교육 관련 정보를 꿰고 있기 때문에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에도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부류는 대치동에 집을 사서 자가(自家)로 입성한 30~40대층이다. 대개 대치동 원주민의 자녀로, 유학 등을 갔다가 가정을 꾸려 부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아 대치동에 돌아왔기에 연어족으로도 불린다. 이들 중엔 비교적 맞벌이 비율이 높다. ‘돼지 엄마’를 엄마로 둔 덕분에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직장을 얻은 여성들이 자녀 교육을 이유로 본인의 커리어를 포기하는 대신 원조 ‘돼지엄마’인 아이 할머니 도움을 받기 위해 대치동 생활을 하는 경우다.

이들은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에 입주하면서 대치동의 범위를 넓혀놨다. 대치동 키즈인 신모(39·대치동)씨는 “대치동 엄마들이 생각 없이 아이를 학원 ‘뺑뺑이’ 돌리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며 “대치동의 이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용하는 영리한 부모”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지나친 교육에 대한 확신이 때론 대치동 이외 지역 출신의 가족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돼지엄마를 시어머니로 둔 이모(37)씨는 “교육에 대해선 ‘잔말 말고 내 말을 따르라’는 시어머니의 독선에 기가 질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최근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똑똑한 며느리를 선호한다는 말이 나오긴 하지만 이건 절반만 사실이다. 아들을 둔 강남 부모들 사이에선 “최악의 장모는 이화여대 출신에 소망교회 다니고 대치동에서 딸 키운 엄마”라거나 “최악의 며느릿감은 대치동에서 살며 대원외고 나온 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돼지엄마의 기세가 만만치 않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대치동 전세, 소위 ‘대전(살이)족’이다. 대치동으로 이사 오는 순간 호된 시집살이 못지않은 고된 삶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30~40대인 이들은 ‘자녀의 명문대 합격’이란 사명을 띠고 대치동에 입성한다. 강남구가 각 동 주민들에게 왜 그 동에 사느냐고 물었더니 대치1~2동은 “자녀 교육 때문”이라는 비율이 45.8%나 됐다. 이는 압구정동(21.1%)은 물론 청담동(12.6%)보다 훨씬 높다.

그러다 보니 몇 년만 살고 대치동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25년 이상 거주자 비율은 대치 1~2동은 16.2%에 불과했다. 압구정동은 30.7%나 된다. 대치동의 각 초등학교는 평균 20% 정도가 지방, 수도권 등 타 학군이나 해외에서 편입한 전학생으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전입 러시 탓에 대치동 초등학교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생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역 피라미드’ 구조를 갖고 있다.

 대전족은 원주민족이나 연어족에 비해 초조하다. 빠듯한 경제력이 심리적 조급함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애가 공부 못하면 유학 보내준다거나 “저 건물이 앞으로 다 네 것인데 뭐가 걱정이냐”는 압구정·동부이촌동 엄마의 여유를 기대할 수 없는 구조다.

 대치동 원주민 2세만 해도 자녀 교육 최종 목표는 ‘대입’이 아니라 ‘대졸’이다. 안모(46)씨는 “명문대를 못 들어가면 아무 대학이나 들어간 후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 명문대에 편입시킬 수 있다”며 느긋해했다. 반면에 대전족은 대입도 아닌 당장 눈앞에 닥친 국제중, 특목고 입시에 혈안이 돼 있다. 이사 오자마자 대치동에서 좋은 학원에 입학할 수 있는지 못하는지에 연연한다. 김은실 세븐멘토 대표는 “‘어느 학원이 좋다더라’는 지인의 제한된 정보에 일희일비하거나 유명한 학원의 레벨 테스트에서 떨어져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거주하다 지난해 대치동에 입성한 이모(40)씨는 “중1인 큰아이가 캘리포니아주 수학 경시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로 실력이 있다”며 “유명 수학학원인 대치동 CMS에서 레벨 테스트를 받았는데 위에서 최하위 등급 판정을 받아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얘기를 엄마 모임에서 했더니 모두 깔깔 웃으면서 ‘대치동 입성 초기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이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더라”고 말했다.

 대전족의 조급함은 과도한 선행으로 이어진다. 대치동 엄마들 사이에서는 요즘 “초등학교 졸업 전까지 영어는 다 끝내고 수학은 고등학교 과정인 정석 ‘10-가’까지는 마쳐야 한다”는 얘기가 돈다.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빠른 진도다. 그러니 사교육비 지출을 줄일 수가 없다. 선행을 위해 학원비를 다 써버리면 살림이 빠듯하다.

 몇 년 전 서울 광장동에서 대치동으로 이사온 이모(43)씨는 “과일·채소 등 모든 게 비싸 예전 집보다 생활비가 1.5배 이상 더 든다”며 “고시 공부하는 셈치고 애들 대학 갈 때까지만 버틴 뒤 바로 이곳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자 이모(59)씨는 “해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을 댈 수 없는데도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못 나가겠다고 버티는 집도 많이 있다”며 ‘어떻게 들어온 대치동인데 우리 애가 대학 갈 때까지는 일단 대치동에 있고 봐야겠다. 집주인이 법적인 수속 에 들어가더라도 그 사이에 우리 애는 대학 간다고 버티는 경우’라고 말했다.

 교육에 올인하는 만큼 정신적으로도 모두가 민감해져 있다. 대치동 아파트 단지에는 중간·기말 고사 동안 ‘학생들의 고사 기간 중 아파트 내 정숙을 요청한다’든지 ‘학생과 학부모가 최고의 긴장 모드로 전환되는 시기이니 못 하나 박는 것도 조심하자’란 관리소장의 당부가 공문으로 붙는다. 대치동은 중·고교 중간고사 기간이면 거대한 고시촌으로 변한다. 층간소음을 두고 실랑이도 많이 벌어진다. 우성아파트 전모(42)씨는 “이사 오자마자 하루에 다섯 번쯤 인터폰이 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며 “하루는 발소리가 거슬린다며 털신을 사다 주기까지 하더라”고 말했다.

 이모(39·대치동)씨는 “외부에서 보기에는 대치동 엄마가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여기서는 아무도 자기를 전형적인 대치동 엄마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모두 자기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뛸 뿐”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은어들대전(살이)족(族) : 자녀를 대치동 학교에 보내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대치동에 전세 얻어 들어온 사람들.대전족 아빠 : 현대판, 아빠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참새 아빠 : 부인·자녀만 ‘대치동 유학’ 보내고 본인은 타지에서 생활하는 아빠. 자녀를 해외 유학 보내는 ‘기러기 아빠’보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아빠들.카페맘·아카데미맘 : 대치동 학원가 인근 커피전문점에 모여 사교육 정보를 교환하는 엄마들. 과떠리·외떠리·민떠리 : 과학고·외고·민족사관고를 준비하다 떨어져 일반고에 진학한 대치동 아이들. 강대(강남 대성학원)1반 : 수능을 치른 날, 서울대 합격선만큼 점수가 안나온 아이들은 재수를 위해 곧장 강남 대성학원에 등록한다. 1년 후면 대다수가 서울대에 합격한다는 강대1반의 커트라인은 서울대만큼 높다. 돼지맘·돼지엄마 : 사교육의 힘을 빌려 자기 자녀를 국제중·특목고·명문대에 진학시킨 엄마. 다른 엄마를 몰고다니는 모습이 새끼돼지를 끌고다니는 어미돼지와 흡사해 붙여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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